알림마당 > 환경뉴스 > '시한폭탄' 돌변 가능 싼값으로 업소 유혹　

불법 정제연료 유통 문제점 · 원인
목욕탕·찜질방 등 화재 땐 대형참사… 처벌근거 시급

찌꺼기만 침전시킨 폐유를 값싼 솔벤트2호 용제로 희석시킨 불법 정제연료는 인화점이 낮고 유증기 발생이 심해 화재와 폭발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또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탈세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유가에 허덕이는 목욕탕·여관 업주들은 값싼 불법연료의 유혹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잇단 화재·폭발사고=지난 2월 부산 강서구의 모 목욕탕 보일러실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보일러에서 새어나온 유증기가 점화장치에서 발생한 불꽃에 의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욕객들이 신속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해 9월 대구시내 한 목욕탕 건물에서는 폭발 사고로 큰 불이 나면서 5명이 숨지고 4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원인은 역시 목욕탕 지하 보일러실에 가득 차 있던 유증기가 불꽃에 의해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도 부산 부산진구 한 목욕탕 보일러실에서 유증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업주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들어 발생한 7건의 목욕탕 및 찜질방 화재의 대부분이 보일러실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됐고 이들 업소 대부분이 불법 정제연료를 사용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불법 정제연료 왜 확산되나=목욕탕이나 숙박업소의 연료로는 주로 보일러등유나 석유화학사가 만든 부생연료 1호,혹은 엄격한 고온열분해 정제과정을 거친 합법적인 정제연료가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국제적으로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생연료 1호와 보일러등유의 경우 소매가격이 L당 740~790원 선에서 형성돼 목욕탕 및 숙박업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폐유를 고온열분해해 가격이 싼 편인 합법적 정제연료마저도 최근 들어 가격이 치솟아 L당 720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불법 정제연료는 폐유를 고온열분해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L당 400원대에 거래되는 솔벤트2호 용제를 비슷한 비율로 희석시켜 만들기 때문에 제조가 쉽고 가격이 싼 데다 양을 늘리기도 수월하다. 실제 불법 정제연료는 L당 620원대에 소매가격이 형성돼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한달에 1만L를 사용하는 목욕탕이나 숙박업소의 경우 보일러등유나 정품 부생연료를 사용하는 대신 불법 정제연료를 사용하면 평균 150만~200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든 석유류 제품의 생산과 유통은 엄격한 석유사업법의 통제를 받지만 정제연료의 경우 환경법의 적용을 받는다. 환경법은 폐유의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과 유통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불법 정제연료를 생산·유통해도 단속·처벌할 구체적 근거를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정제연료 유통업자들이 버젓이 영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권부생연료협회 관계자는 "이익은 남고 처벌은 가벼우니 불법 정제연료가 확산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화재·폭발 위험이 높고 정상적인 유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연료 제조·유통업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일보 - 박진국기자 gook72@busanilbo.com